폐업 여부를 네 칸으로 나눠 점검하는 사업자의 손과 계산기

영업이 끝난 뒤 불을 끄고도 한참 계산대 앞에 앉아 있는 날이 있습니다. 이번 달만 버티면 나아질 것 같다가도, 월세 날짜가 가까워지면 생각이 다시 바뀝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계산 순서입니다. 폐업 여부는 이번 달 적자 하나로 정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더 들어갈 돈, 지금 회수할 수 있는 돈, 계약이 끝나는 날, 지원사업을 신청해야 하는 날을 한 장에 놓아야 합니다.

첫째, 월 적자보다 ‘앞으로 더 빠져나갈 돈’을 봅니다

매출에서 비용을 뺀 숫자만 보면 판단이 자꾸 늦어집니다. 계약 때문에 매달 자동으로 나가는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 월세와 관리비
  • 직원 급여와 퇴직 관련 비용
  • 리스·렌탈료와 중도해지 비용
  • 대출 원리금
  • 재료비와 정기구독
  • 폐업해도 남는 세금·정산 비용

지난달 적자가 300만 원이었다는 사실보다, 같은 상태로 석 달을 더 운영하면 얼마가 빠져나가는지가 중요합니다. 매출 회복 계획이 있다면 “열심히 해본다”가 아니라 가격, 객수, 객단가 중 무엇을 언제까지 바꿀지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둘째, 지금 회수할 수 있는 돈을 따로 적습니다

가게를 닫는다고 모든 자산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보증금, 재고, 기기, 시설, 미수금처럼 회수 가능한 돈이 있습니다. 다만 장부에 적힌 가격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가격은 다릅니다.

커피머신을 2천만 원에 샀더라도 지금 매입 견적이 700만 원이면 판단표에는 700만 원을 넣습니다. 권리금도 희망 가격이 아니라 실제 문의와 계약 가능성을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조금 서늘하지만, 이 표에서는 낙관보다 현금이 셉니다.

셋째, 임대차계약의 날짜를 확인합니다

폐업일은 사장님 혼자 정하는 날짜가 아닙니다. 임대차 종료일, 해지 통보 시점, 원상복구 범위, 양도양수 가능 여부가 함께 움직입니다.

계약서를 꺼내 다음 문장에 표시해 보세요.

  • 계약 종료일과 자동갱신 조건
  • 중도해지 가능 여부
  • 원상복구 범위
  • 업종 제한과 전대·양도 관련 특약
  • 관리비 정산 방식
  • 보증금 반환 조건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은 나중에 기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진, 문자, 이메일, 견적서처럼 날짜가 남는 자료를 모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넷째, 지원사업은 철거보다 먼저 확인합니다

2026년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에는 사업정리컨설팅, 점포철거비, 법률자문, 채무조정 같은 경로가 안내돼 있습니다. 세부 대상과 접수처는 항목마다 다르고 예산이 소진되면 끝날 수 있습니다.

가게를 모두 철거한 뒤 알아보면 신청에 필요한 사진이나 계약 자료를 준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신청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계약과 철거 일정을 잡는 순서가 낫습니다.

한 장으로 판단하는 방법

종이를 네 칸으로 나눠 아래 숫자를 적어보세요.

계속 운영할 때 지금 정리할 때
3개월 동안 추가로 들어갈 돈 보증금·기기·재고 등 회수 가능한 돈
매출 회복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 원상복구·직원·세금 등 정리 비용
회복 목표를 못 맞췄을 때 손실 계약 종료일까지 남는 고정비
다시 판단할 정확한 날짜 지원사업 확인·신청 일정

여기까지 적었는데도 애매하다면 정상입니다. 다만 “조금만 더”가 정확히 며칠인지, 그동안 얼마까지 감당할지는 정할 수 있습니다. 판단을 미루더라도 손실 한도와 재검토 날짜는 미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NEXT STEP

아직 폐업을 정하지 못했다면

현재 손실과 계약 일정을 먼저 정리해 보세요.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지 진단 순서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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